감상글(책)

<에세이>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

톰소여와허크 2020. 10. 22. 23:31

김동은,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 한티재, 2020.

 

 

코로나19가 대구를 중심으로 확대일로에 있을 무렵, 어딘가 급하게 뛰어가는 의사의 사진 한 장은 매우 특별해 보였다. 아마도, 코로나 극복을 위한 가수들의 헌정곡 상록수(김민기 작사, 작곡)’ 영상에 사진 한 컷이 있다는 얘길 듣고 찾아보았을 성싶다. 사진의 주인공은 병원 의사로 또 교수로 일하면서 바쁜 중에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돕는 김동은 선생이면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사진 속 저자는 방호복을 벗은 것으로 보아 잠시 쉬는 시간이었을 거 같은데 응급 상황이 생겼는지 전력으로 달려가는 모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마에 길게 반창고를 붙였는데, 조여 쓴 고글이 살을 파고드는 걸 방지하는 효과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나중에 알았다. 물론 이런 장면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었을 텐데 저자의 몸짓과 눈빛에 보이는 간절함이 주위의 신뢰를 절로 얻게 하는 것도 같다. 사진을 찍은 작가는 경북일보 박영제 기자다.

 

저자가 쓴 책 내용도 사진에서 받았던 느낌 그대로다. 코로나19를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평소 의료 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저자가 생각하고 실천했던 일들이 소개되어 있다.

코로나19가 막상 지역의 현안이 되었을 때, 공공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을 저자는 아쉬워한다. 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게 된 대구적십자 병원을 예로 들며, “공공병원의 평가 시 수익의 크기가 아니라 취약 계층의 건강권 확장 등 공공병원 존재 이유에 합당한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취약 계층에 대한 지지야말로 의사 김동은의 일관된 입장이다. “병들었을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인 건강권은 내국인과 아주민, 합법과 불법을 떠나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란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돈 있는 사람은 보험료를 더 내고, 혜택은 골고루 보는 국민건강보험이 사회연대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믿고,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드는 의료 민영화나 영리병원을 반대한다.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을 시작하려고 하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까지 가서 이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여 촛불을 드는 정성을 보인다. 공공병원의 확대가 바른 길이라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자연스런 행동이었을 것이다.

제주도 방문에서 보듯 저자의 진짜 미덕은 자신의 앎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휴일을 이용해 캄보디아 병원으로 의료 봉사를 가면서 그쪽에 난청 환자가 많다는 걸 알고,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서 팔려고 내놓은 청력 검사기를 기증할 수 있는지 묻고 실제 기증도 받아낸다.

대경인의협 소속으로 성서공단과 경산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소 운영에 참여하는 중 기계에 손가락이 끼여 크게 다치고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파키스탄 노동자를 위해 이곳저곳 도움을 구하고, 연락이 된 부산의 병원까지 직접 운전을 해서 환자를 데리고 간다. 많이 줄여 준 치료비 일부마저 노동자를 대신해서 정산하는 모습은 결코 평범하지 않지만, 남을 위하는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사회면 오죽 좋을까 싶기도 하다.

 

어린 시절 만성 편도염으로 이비인후과 편도절제수술을 받았던 저자는 그때의 의사를 고마워하며 이제 본인이 편도절제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었다. 남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던 것이 좋은 의사가 되는 바탕이 된 것이다. 저자는 매년 의과대학 수업 시간엔 의원정심규제(이석형)를 읽으며 정직하게 진료하고, 빈부 고하로 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한다고 하니 저자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후배 의사들이 많이 생길 줄 안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