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라틴어 수업

톰소여와허크 2020. 10. 30. 00:00

한동일, 라틴어 수업, 흐름출판, 2017.

 

 

- 저자는 공부를 많이 해서 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 자격까지 얻고 국내 대학에서 라틴어 강의를 맡기도 했다. 이 책은 그때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저자는 지식인과 지성인을 구별하며,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인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지식을 나누고 실천할 줄 모르면 지성인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한다. 저자는 Do ut tes(도 우트 데스 :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란 말을 좋아한다. 상호주의가 깨지는 국제정세를 언급하며, 국익을 내세워 정권을 잡은 이들이 다문화주의 정책에서 반 이민정책으로 돌아선다든지 다수의 세력을 등에 업고 소수 종교를 핍박하는 일들을 걱정한다. 개인관계에서도 타인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행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자아를 완성하는 일이 되기도 함을 생각한다.

 

유럽대학에서 라틴어 성적을 구별하는 방법은 숨마 쿰 라우데(최우등) / 마그나 쿰 라우데(우수) / 쿰 라우데(우등) / 베네(좋음)’ 순이란다. 모두 긍정적인 용어를 쓰는데,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상대와의 비교를 통해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보다는 스스로 동기를 구하고 개인적 성장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남의 평가가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숨마 쿰 라우데로 여기길 저자는 바란다. 라파엘로, <시스티나의 성모>에 등장하는 장난기 있는 두 천사를 소개하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던질 줄 아는, 자기 자신에게 천사가 되어줄 줄 아는 그런 사람이기를 빌어준다.

 

이 책의 끝장은 라틴어 강연을 들었던 제자의 후기로 갈음되어 있다. 전공이 무엇이냐는 것보다 그걸 통해 무얼 추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어떤 제자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맛보았다고도 했다. 아름다운 상호주의의 현현이다. 제자가 받은 깨달음 이상으로 저자는 이미 보람이라는 보상을 받은 걸로 보인다.

저자는 새가 각자의 방법으로 하늘을 날듯이 제자들도 자신만의 몸짓과 날갯짓을 배우길 권한다. 그 몸짓과 날갯짓은 어떻게 배우나? 저자는 대답 대신 켐피스의 말을 옮겨놓았다.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보다 더 나은 곳은 없더라>라는.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