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봄의 신부

톰소여와허크 2021. 1. 6. 12:48

장정옥, 봄의 신부, 학이사, 2020.

 

 

- ‘봄의 신부2003년 대구지하철 1호선 화재사고로 숨진 192명의 희생자에 대한 진혼곡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음악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청년의 때 이른 죽음과 주변 연인과 친구의 이야기가 엮이면서 서사를 형성한다.

서사는 보다 단순하지만 ()’내가 없는 그곳은이 주는 여운도 오래 남을 듯하다. ‘은 시각장애인이, 각막을 기증하고 세상을 뜬 경륜 선수의 고향 집을 방문하는 얘기다. 일련의 일들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는지 돌아오는 버스에서 주인공은 정말, 꿈을 꾼 것인지묻는다. 세상일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꿈같은 현실인지, 그도 저도 아닌 무엇인지……. 내일을 모르는 사람에겐 답도 궁할 뿐이다.

마지막에 수록된 내가 없는 그곳은은 따로 표제작이 되어도 좋았을 성싶다. 딸을 데리고 재혼한 여성이 시댁 식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 남편의 죽음 이후 어떤 곤경에 처했는지를 따라가면서 우리시대 독거노인의 일면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리얼리티가 높은 작품이 갖기 쉬운 건조한 느낌은 전혀 없고, 그 반대로 정서적으로 고양되는 느낌이 강한 것은 인간관계의 모호하고 비밀스런 장면을 간명하게 파헤쳐 보인 이유가 클 것이고,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문장력이라든가 내면심리 묘사가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개입시키면서 읽게끔 하는 힘이 소설에 있다.

봄의 신부에 인용된 청년의 편지엔 이별은 아껴가며 읽던 책을 덮는 행위란 말이 있다. 이 책을 덮으며 이별을 준비하지만, 이미 내 안에 들어서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영영 이별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