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경, 『일하는 예술가들』, 열화당, 1986.
일하는 예술가. 그러니 예술도 노동이다. 예술가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 강석경 작가의 노동으로 책이 나올 무렵, 박생광 화가, 김종삼 시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2021년 현재, 장욱진, 황병기, 김중업, 유영국, 김월하, 이매방, 윤경열, 문신, 백성희도 타계했다.
조각가 문신에 대해선, 창원 지나는 길에 문신 박물관 표지를 몇 차례 보고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전과를 생각하여 우선적으로 보았다. 문신은 일본 규슈 탄광, 조선인 노동자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생활을 위해 일본과 마산을 오갔으며 형편이 안 될 때는 문신은 가족과 따로 지내기도 했다. 문신은 열네 살 때 신문에 난 피카소 데생을 보고 습작을 한다.
강석경은 인터뷰 대상의 목소리를 그대로 살려야 할 부분과 자신이 가다듬어야 할 부분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데 능하다는 인상을 준다. “공예니 장식이니 조각이니 분야를 고정하는 것도 후진성에서 오는 겁니다. 분야엔 우월이 없어요. 나보고 공예가라 해도 상관없어요.”란 말을 문신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회화와 조각을 오가며 다방면에 관심을 보였던 문신이 어떤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는지 알게 해준다.
“지난날 그는 작품에서 다양한 표현이 단순화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한 형태에서 다양한 감정을 잡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단순한 데서 여러 가지가 느껴지는 것이 좋다”는 문구는 문신의 말을 강석경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대목이다. 단순한 형태와 표현이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라도 문신 박물관에 들러보면 좋을 것이다.
강석경이 자신의 책을 내는 데 우선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한 최종태 조각가는 내겐 길상사의 수녀를 닮은 관음상으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어떻게 작업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역사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으며, 사람이 무엇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우리의 생활에선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생각하도록 해 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림을 왜 그리는가’ 물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것을 찾아가는 거다”며 다소 거칠게 정리된 문장은 최종태의 육성이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강석경의 목소리이다. 동시에 예술을 업으로 삼는 노동 예술가들이 마음에 품고, 밖으로 던지면서 환기해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쓰고, 그리고, 찍고, 조각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작곡하고, 만들고…… 왜 그러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것이 곧 중노동이며 그 노동에 투신하려는 마음을 기꺼이 내는 이가 예술가일 거라고 믿는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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