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공무원 라나 언니

톰소여와허크 2022. 5. 15. 12:30

임경란, 공무원 라나 언니, 한티재, 2021.

 

 

- 공무원인 저자가 공무원으로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좀처럼 변하지 않거나 조금씩 변해가는 공무원 내부 사정 및 주변 분위기를 소개한다.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보면, 부서 간 갈등 조정이나 협조를 위해 소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시도행정포털에 소통이란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지만 아무도 글을 남기지 않아서 슬며시 없어졌다고 한다. 게시판 하나 생겼다가 없어진 다소 싱거운 이야기이지만 문화와 제도와 직장 분위기로 뒷받침되지 않은 소통의 끝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저자는 소통 부재의 원인을 생각한다. 개인의 사적 욕망이 공공심을 압도하는 고시 제도의 문제에 공감하며 고위직과 하위직을 연결하는 중간 간부의 역할에도 주목한다. “성과와 충성을 기반으로 승진하는 중간 간부는 더더욱 윗사람 바라기가 되어 ‘bottom up’ 역할보다는 ‘top down’ 역할만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관관계로 인해 하위직과 고위직 간의 공감과 소통은 점점 어렵게 되고, 폐쇄적인 직장 문화는 정보가 아래까지 내려오는 것을 방해한다.”고 진단한다.

저자의 진단처럼 수직적 구도를 공고히 하는 현행 인사 제도 아래에선 중간자가 위아래의 균형을 갖추어 행동을 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위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강요하는 순간, 불합리한 지시와 정책에 대한 성찰과 문제제기는 사라지고 아래의 의견이 무의미하게 되어버린다. 공무원 개개인의 의견이 번번이 무시당하는 집단 경험 속에서 유의미한 아이디어와 개선책은 아예 사장되고 말 것이고.

 

저자는 책 뒷부분에서 공무원과 상관없는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왔으며 또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바람에 대해서도 말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찾아온 개인사의 변곡점 이후 직장인으로, 누군가의 자식으로, 아내로, 어머니로 살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놓치고 산 것에 대해서, 벼랑에 자신을 세우듯 직면한다.

저자는 현직 공무원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다. 재즈 합창단원이고, 영화 모임과 교육 모임에 참여하고, 보디 프로필에 도전한다. “내가 계속 배우려 하는 것은 내 삶의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끝은 언제나 행복하기 위해서다며 남들이 보는 정상적인 삶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을 생각한다. 설령, 남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변화를 위하여 공부를 계속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흥을 낸다. 그 과정, 그 결과물로 있는 현재와 미래가 공무원 라나의 행복을 증거해 주리라 믿는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