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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장신문/처를 때리고/ 질소비료공장

『공장신문/처를 때리고(김남천), 질소비료공장(이북명)』, 한국헤르만헤세  -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 논술대비 한국문학이란 표제를 달긴 했지만 사회주의 계열의 작가로 분류되는 두 작가의 작품을 출판 목록에 포함시킨 것은 평가할 만하다. 김남천의 『처를 때리고』(1937)는 출판 사업을 꿈꾸는 식민지 지식인의 이중적 태도를 잘 포착해낸 작품이다. 나머지 두 작품은 1930년 초 노동운동을 다루고 있다. 김남천(1911-1953)은 평양 성천 출신으로 평양고보를 졸업한 일본 유학파다.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임화와 함께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와 조선문학가동맹의 주요 인물로 활동한다. 김남천은 『공장신문』(1931)의 배경이기도 한 평양고무공장 파업을 지지하고 선전하는 일로 감옥에 복역하게도 되..

감상글(책) 2025.02.16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데이즈>(빔 벤더스 감독, 2024)  주변이 늘 평화롭기를 빌지만 세상일은 그렇지 않고, 당신과 나도 평화롭지 않을 때가 많은 줄 안다. 어제만 해도 좋은 일도 있었고, 걱정스런 일도 있었다. 좋은 일도 계속 좋을 리 없고, 걱정스런 일도 매양 한가지는 아닌 줄 안다. 어제는 정월대보름이기도 했다. 달님께 소원 비는 것도 잊고, 닭똥집 앞에 두고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화장실 청소원인 주인공 남자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있다. 일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간 음악 듣기, 단풍나무 화분에 물 주기, 자신이 점찍은 나무우듬지 사진 찍기, 자기 전에 책 읽기 등 남자가 보여주는 나름의 취미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일이든 취미든 반복이긴 하되 그 안에도 변화가 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

감상글(영화) 2025.02.13

<산문> 시인이 되어 나귀를 타고

김춘수, 『시인이 되어 나귀를 타고』, 문장사, 1980.  - 신문연재를 모은 산문 책머리에 적기를, 산업화 사회에서 “도덕의 파괴와 도덕감각 및 도덕적 상상력의 둔화는 인간을 내부로부터 헐어버리는 요소”라고 했으며, 이러한 일에 대한 관심으로 시인은 산문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시인의 시편에 비해서 산문은 한층 친절하다. 부지런하다는 것과 바쁘다는 것>을 읽어본다. 바쁘다(忙)는 것은 마음을 어디다 두고 온 상태라서 편치 않아 보이고 불안해 보인다고 했다. 바쁘게 해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삶에 대한 궁극의 목적은 있지만, “그 목적은 달성되지 않고 수단인 바쁘다고만 하는 어떤 상태의 포로가 되기만 한다”고 했다. 부지런다는 것은 좀 다르단다. 『벽암록』의 덕운(德雲) 일화를 예로 들며 치성인(癡..

감상글(책)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