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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오순정은 오늘도

김양미, 『오순정은 오늘도』, 학이사, 2024.   책 뒤편 ‘작가의 말’을 읽으면, “그냥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냥 살아지는 건 아닌, 삶의 고단함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는 대목이 보인다. 그런 생각이 소설로 결실한 것인 양, 작가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혹은 주변 인물들은 대개 단내 폭폭 풍기는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오순정 가족의 이야기도 그렇다. 곱창집 주인 최미숙과 곱창집 직원 오순정은 어려운 형편에 악착같이 일하며 살았다. 다만, 현재와 노후 형편은 꽤 차이가 날 것으로 짐작이 된다. 최미숙은 교회를 열심히 다녀서 복을 받은 것으로 얘기하지만 오순정은 그 차이를 직감하고 있다. 무리해서라도 돈을 빚내서 집을 사고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라서 여유를 얻은 쪽과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고 ..

감상글(책) 2025.02.09

<산문> 대전 충남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김현정, 『대전 충남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심지, 2013.   대구 경북의 문인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했던 『씨 뿌린 사람들』(백기만, 1959)로 인해 현진건, 이상화, 이장희, 이육사, 오일도, 백신애, 박태원(작곡가), 김유영(영화감독), 이인성(화가), 김용조(화가)의 삶과 예술이 어떠했는지 그 세부까지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고 이후 더 이들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된 걸로 이해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중앙 활동에 가리어 자칫 소외되기 쉬운 지역의 문학예술 활동을 공부하고 답사하고 정리하는 일은 퍽 소중해 보인다. 이번에 읽은 『대전 충남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도 그러하다. 지역의 땅을 딛고 향기를 맡으며 자란 씨앗은 지역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예술이란 거목이 되어 풍성함을 드리울 것인데 그 흔적..

감상글(책) 2025.02.04

<소설> 빨간 풍차가 있는 집

장정옥, 『빨간 풍차가 있는 집』, 부카, 2023.  소설 중 표제작을 다시 훑어본다. 빨간 풍차에서 파리의 물랭 루즈가 우선 떠오른다. 물랭 루즈 하면 파리 몽마르트와 로트레크가 생각나는 정도가 나의 상식이다. 물랭 드 라 갈레트(Moulin de la Galette)와 헷갈렸던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보면, 르누아르가 그린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1876)와 고흐가 1886년부터 두 해 동안 여러 점 그린 물랭 드 라 갈레트>는 몽마르트 언덕 위 방앗간으로부터 유래한다. 방앗간에서 갈레트(빵)와 음료를 팔던 것이 술집과 무도회장을 겸한 카바레로 이어지고, 이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을 장소를 옮겨 현재까지 식당으로 영업중이란다. ‘물랭 드 라 갈레트’와 달리 몽마르트 언덕 아래에 위치한 ‘물랭 ..

감상글(책) 202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