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일화(ㅂ-ㅇ)

양귀자 (1955 ~, 전북 전주 )

톰소여와허크 2010. 8. 30. 16:00

양귀자 (1955 ~, 전북 전주 )


작가 양귀자는 1955년 전북 전주에서 5남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양귀자는 다섯 오빠 밑에 태어나 그의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양귀자의 아버지는 그녀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남들이 모두 인정하는 술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기억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단지 오빠들이나 어머니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만 아버지에 대해 짐작할 뿐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집의 실질적인 가장은 큰오빠가 되었다.

양귀자는 학교에 입학을 하고서 얼마간은 적응을 하지 못했다. 학교라는 제도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던 양귀자는 만화책에 빠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그녀는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만화방에 가서 하루 종일 있기도 하고 어머니가 주신 헌금의 일부를 만화책 보는 것에 쓰곤 했다고 한다. 그녀의 책읽기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외삼촌댁에서 발견한 이광수의 유정을 읽고 만화책 말고도 더 재미있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때부터 소설책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그게 양귀자가 4학년 때의 일이다.

고등학교 때는 다른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소설책을 읽다 선생님께 걸리면 혼이 났지만 양귀자가 걸리면 ‘양귀자니까’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곤 했다고 한다. 그녀의 넘치는 독서량은 그녀가 소설가가 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읽기 시작한 소설은 그녀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의 재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곧 상상력과 주위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양귀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했으며 원광대학교에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한다. 대학에 입학한 양귀자는 학보사에 들어가 4학년 때 편집장까지 역임한다. 그리고 졸업을 앞두고 1978년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 등단했다.

J.라브뤼예르의 소설 《바다의 침묵》을 읽고 문학과 작가의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졸업 후 2년 동안 중고등학교와 잡지사에 근무하였다.

1986~1987년까지 쓰여진 단편을 모은 대표작《원미동사람들》(1987)은 경기도 부천의 한 동네에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평론가들로부터 천부적 재능이 있는 의식 있는 소설가로 주목받았다. 또 박태원의 《천변풍경》 이후 훌륭한 세태소설로서 1980년대 단편문학의 정수라는 평가도 받았다.

1990년 첫 장편소설 《잘가라 밤이여》를 펴냈으나 독자들로부터 반응이 없자 1년 뒤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이 작품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분단 현실의 온갖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쳤는데,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나 독자들의 인기는 얻지 못했다. 그 무렵 원인불명의 열로 입원하였는데 여기서 《천년의 사랑》을 구상하였다.

1990년대에는 주로 대중소설에 치중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2)은 현대판 아마조네스라는 비판과 함께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영화와 연극으로도 공연되었다. 《천년의 사랑》은 시공을 넘나드는 신비주의적 사랑이야기로 200만 부가 팔렸다. 《모순》(1998)은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체, 약간은 통속적인 주제 등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1990년대에는 통속문학으로 폄하하는 시선을 받았으나 그럼에도 그녀의 작품은 능란한 구성과 섬세한 세부묘사,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그녀는 ‘소설이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바로 소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