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시각 : 2002.01.07 00:34:10
군사부일체가 아니라 '두사부일체'이다. 두목과 사부(스승)와 부모는 일체로서 존경받아 마땅하다. 군(임금) 대신에 두목을 넣은 것은 깡패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깡패도 성공을 위해서는 학력이 중시된다. 주먹 하나, 고추 하나로 바닥을 평정하는 시대는 이제 옛말이 됐다. 두목과 중간 두목(정준호 역), 중간 두목의 좌우 어깨들(정웅인, 정운택) 모두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대단하다. 결국 정준호는 나이를 속이고 학교로 얼마간 기부금을 내는 조건으로 편입한다. 졸업장만 따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첫날부터 지각생이 되어 벌을 받고, 학교 어깨들에게 수모를 당한다. 이건 견딜만한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연이어 터지는 사고는 학교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편, 순탄치 않은 졸업장 따기를 예고한다. 부모 빽 믿고 선생을 거지같은 년이라고 하는 아이, 그 아이에게 손찌검을 한 여교사가 부모에게 되려 손찌검을 당하는 모습, 그 부모를 감싸고도는 교장과 교감(재단 편)의 모습은 저게 현실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극화된 과장일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기에도 뭔가 께름칙하다.
학교에 온 조직폭력배를 둘러싼 한바탕 해프닝을 보면서 영화 내내 웃음을 터뜨리지만, 실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내가 교사라는 점이 마음 편히 웃는 데 자꾸 방해가 된다. 내신 조작을 하라는 재단의 압력에 대해 나름대로 양심을 지키면서 꿋꿋하게 버티는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 앞에서는 얼굴이 확확 타오르는 부끄러움을 견디기 힘들었다. 어디에서도 당당할 수 없고 누구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초라한 교사의 모습!. 이 난감한 처지를 구해준 것은 뜻밖에도, 편입해 들어온 깡패두목이었다. 깡패 두목의 어설픈 선생 존중이 위로가 되었다.
재단의 비리에 대해 온몸으로 맞서는 일부 교사(전체라고 이야기할 수 잆는 데 슬픔이 있다)와 학생 앞에 , 양쪽으로 나뉜 깡패들이 대리전을 해줌으로써 영화는 결말을 유보하고 있다.
나는 사학법에 대해서 자세히 모른다. 그런데, 사학법 개정이 그토록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겠다. 상문고처럼(영화 속 학교의 모델로 보임) 재단에서 인사권을 가지고 재단에 필요한 사람을 고용하고, 재단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라면 고쳐야 할 악법임에 틀림없다.
나의 소원은 교장 보직제이다. 평교사가 추천을 받아서 교장이 되고, 임기가 끝나면 평교사 돌아오는 제도이다. 그러면 교장이 되기 위해서(-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님-) 정춘을 불사르는 어리석은 교사는 나오지 않을 터이다. 교장 본인도 존경받는 평교사로 돌아오기 위해서 더 헌신적으로 일할 줄 믿는다.
어쨌든 <두사부일체>는 볼만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