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은 괴물 이름이다. <미녀와 야수>의 야수처럼 힘이 세다.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혼자 살고 있는 것도 야수와 같다. 외모는 야수보다 덜 무섭지만 더 우스꽝스럽다. 둔한 몸매와 못난 얼굴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소외된다. 슈렉은 '자신을 알기도 전에 비판을 하는' 뭇사람을 피해 숲에 혼자 산다. 타인과 벽을 쌓고 그 벽안에서 평화롭다. 그런데 그 평화를 방해하는 존재들이 침입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줄거리를 좀 따라가보자.
익룡이 지키는 성에 공주가 갇혀 있다. 공주는 마법에 걸려 해가 지면 뚱녀가 된다. 의협심에 불타는 왕자나 기사의 입맞춤이 마법을 풀 수 있는 열쇠다.
지방의 영주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성에 갇힌 공주가 필요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공주를 구할 모험심이 그에게 없다. 게다가 영주는 너무 늙고 왜소했다. 그래서 괴물 슈렉을 대신 보내게 된다.
슈렉은 자기 집 주위를 소란스럽게 하는 동화책 속 주인공들을 쫓아내는 조건으로 영주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말 많은 당나귀 동키와 함께 익룡으로부터 공주를 구해내는 데 성공한다. 여기까지는 독자에게 익숙한 동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공주의 파트너가 마술에 걸린 개구리도 아니고, 왕자도 기사도 아닌 괴물 슈렉인 데 있다.
공주는 구출자의 정체를 알고 실망한다. 내게 일어났으면 하는 일은 대개 일어나지 않는 법이라고 공주에게 위로하고 싶다. 다행히도 공주는 '알기도 전에 비판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성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공주의 우울한 기분은 사라진다. 오히려 슈렉의 진실한 면을 좋아하게 된다. 슈렉 또한 공주가 좋다.
드디어 슈렉이 사랑 고백을 결심하나, 우연히 엿들은 공주의 말을 오해하여 분노와 실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공주는 공주대로 갑자기 변한 슈렉의 행동 때문에 영주를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고도 헤어진다는 유행가사가 생각날 만하다. 오해가 오해를 낳고, 착각이 진실을 못 보게 하는 상황은 우리 삶 주변에 널려있는 것 아닌가. 더러는 진실을 증명해 보이는 게 우스워서 오해를 달게 받으며 살기도 하지 않나. 하지만 영화는 그런 심각한 상황을 오래 끌고 가지는 않는다.
슈렉의 친구로서 슈렉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동키의 노력으로 둘의 오해는 풀리고, 그 후로 오래오래 잘 살았단다.
슈렉, 재미있다. 특히, 슈렉의 뽀뽀로 마법이 풀린 공주가 여전히 뚱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나를 즐겁게 한다. 공주는 동화에 있지, 현실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공주를 꿈꾸는 친구들이 제법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