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못난 것도 힘이 된다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09:02

글 작성 시각 : 2002.01.11 23:56:28

 

-이상석 글, 박재동 그림, 못난 것도 힘이 된다 1-2, 자인, 2001.


신경림 시인은 산문집 <바람의 풍경>에서 '생각해 보면 내게는 길만이 길이 아니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통해 바깥세상을 내다볼 수 있었고 또 바깥세상으로도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상석 쌤의 이번 소설은 길을 떠나서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솔직하게 내보여준다. 얼치기 깡패 혹은 반항아 흉내를 내던 상석이가 이만큼 인간 행세를 하고 살게되기까지의 삶을 친한 벗들과 반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전해준다. 대단히 재미있다.

중3 때 자신을 못살게 구는 용근이의 체육복을 칼로 오려낸 뒤, 덤비는 용근이에게 <씨발놈, 내가 가마이 있으이 가마때기 줄 알았더나.> 외치며 걸상을 들어올리면서, 비겁한 삶 속의 적응을 거부했다.

고2가 되면서 입시에 대한 부담은 커졌다. 이와 비례해서 <인생도 모르는 새끼들이 공부공부 찌랄하고 있제. 언제 죽을 지도 모르면서…>라고 생각하는 허무의식도 커진다. 결국 가출을 하고 자살까지 생각한다. 그렇지만 굶주림과 피로 속에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깨달음과 눈물 한 줌으로 집에 돌아온다.

힘겨운 시절을 함께 하고 뒷날 서로에게 버팀목이길 자청하는 재동(한계레 신문 그림판 작가이며 이번 소설의 삽화를 그렸음)이와의 우정은 부럽기 그지없게 그려져 있다. 그밖에 길에서 만난 사람들 -대견아제, 맹초 형, 기준, 상룡, 상배, 재웅-이 모두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 소중한 인연으로 와닿는다.

특히, 상석이를 국어교사가 되게끔 한 윤덕만 선생님과의 만남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윤선생님은 가난한 삶 속에 학생들과 나누어 가지기를 즐긴 분이셨다. <인생은 허무하다. 정말 너희처럼 살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인생이 허무하기 때문에 그 허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진심으로 호소하며 행동으로 다잡아주던 선생님이었다. 상석이는 그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국문과로 갔다. 상석은 고백한다. 내가 선생님의 사랑만한 사랑을 가지려면 아직은 깡깡 멀었다고.

이상석 쌤의 <못난 것도 힘이 된다>는 따지고 들자면 못난 인생의 기록은 아니다. 그렇지만 잘난 놈의 기록은 더더욱 아니다. 못났던 잘났던 모두 가치 있는 존재이다. 굳이 탓할 것이 있다면, 못난 것이 못난 틀 속에 머물러 있을 때 뿐이다.

머물러 있지 않기 위해서 우린 결국 집 떠나는 길동이처럼 나서야 한다. 길로 나서서 만나고, 부딪히고, 깨지고, 키워야 한다. 이상석쌤의 소설은 나처럼 못난 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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