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09:24

글 작성 시각 : 2002.04.15 23:26:38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가시고기>에서 '다움이 아빠'의 아빠는 광산에서 일하다가 갱이 무너져 불구가 되고, 보상 문제로 시비가 붙어 감옥에 갔다. 엄마는 가난이 싫어 집을 나갔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에서 난쟁이는 집이 헐리게 되자,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공장 굴뚝에서 투신 자살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동준, 동수 형제의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는 술만 푸다가 돈 벌어오겠다면 역시 집을 나갔다. 영호의 아빠는 그물 손질하러 나갔다가 바닷물에 휩쓸려 죽었고, 엄마는 암 덩어리가 커가는 걸 모르고 일만 하다가 죽었다. 숙자와 숙희 쌍둥이 남매의 엄마는 집 나갔다가 돌아왔지만, 아빠는 인천항에서 펄프 더미에 깔려 즉사했다.
딱한 인생이고, 지지리도 못난 인생이다. 괭이부리말 어른들은 다들 무능력하고 게으르며 게다가 무책임하다. 정말 그런가. 혀가 꼬부라져도 말은 바로 하라 했다. 땀 흘리지 않는 사람, 일 하지 않는 사람은 달동네에 없다. 대신 아무리 일을 해도 삶이 좀처럼 넉넉해지지 않더라는 자괴감과 그로 인한 절망이 있을 뿐이다.
이제 생산보다 분배에 신경 쓸 때가 아닌가 싶다. 부의 독점이 괭이부리말을 만들었고,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만들었다. 가난의 대물림 속에서 탈출에 성공하는 아이를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괭이부리말 자체가 인간다운 삶이 영위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세상은 거꾸로 돌고 있다. 자본의 힘으로 돌고 있다.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차별을 정당화한다. 귀족학교를 통해 귀족을 배출하고, 이들이 권력을 갖고 부를 창출한다. 그리고 그 부를 독점한다.
똑 같이 나누어 갖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본적 생활이 영위되게끔 부의 분배가 필요하고, 교육에서만큼은 빈부가 없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작가는 공장 시멘트 바닥에 핀 민들레를 통해 희망을 말하는 듯했지만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차라리 '너무 배부른 자는 사랑이 없는 자이므로, 그런 자가 있는 집에 전기와 수돗물을 끊어버리라'는 난쟁이의 말이 와닿는다. 법과 제도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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