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시각 : 2002.07.27 00:48:01
위기철, <고슴도치>, 청년사, 2002.
고슴도치 같은 인간이 있다. 대인기피증으로 사교와는 담 쌓고 지내는 인물이다.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어 두면서까지 외부와의 접촉을 꺼려하고, 휴대폰 전화기도 한 번 만져보지 않은 남자이다. 아내는 고슴도치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요구하고 떠났다.
이런 고슴도치를 이해하는 여자가 나타났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다. 용기를 내서 그 쪽 부모를 만났지만, 찻잔만 엎지르고 고개를 떨구었다. 여자는 떠났다. 아니 떠나보냈다. 애 달린 유부남 주제에 처녀를 꿈꾸다니. 그녀는 다른 유부남을 만나 결혼했고, 고슴도치는 자기혐오감에 부르르 떨었다.
상처투성이 고슴도치 앞에 수다쟁이 여자 수영 강사가 나타났다. 입 크고, 어깨 벌어지고, 왈가닥인 아가씨로 인해 고슴도치의 조용한 생활은 깨어진다. 결국, 수영 강사에게 강간(?)당하고 고슴도치의 뾰족한 가시는 무디어 졌다. 지금껏 헤매다니던 미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책을 덮고 한참을 웃었다. 고슴도치 이야기를 또 한 명의 고슴도치가 읽으면서 눈물을 뺄 정도로 웃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뿌리깊게 내린 가시 하나를 뽑아버렸다. 썩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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