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눈물은 왜 짠가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1:24

글 작성 시각 : 2003.10.16 10:53:22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도서출판 이레, 2003


 

함민복의 산문집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삶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 중 '눈물은 왜 짠가'와 '찬밥과 어머니'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어머니가 경로당 이층집이나 고향 이모댁으로 전전하는 모습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지만 아들은 자신을 책망하는 외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들른 설렁탕집에서 아들은 눈물을 훔쳐야 했다. 설렁탕이 짜다며 국물을 더 얻어서 아들에게 내미는 어머니의 마음이, 조심스럽게 깍두기를 놓고가는 주인의 마음이 아들을 울게 했다. 눈물을 땀으로 위장한 채 아들은 중얼거렸다. 눈물은 왜 짠가.
'찬밥과 어머니'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이 짠하게 배어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밤 깊도록 산나물을 캐다가 늦게 내려온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산 입구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찬밥과 여러 번 데워서 짠 된장을, 기다림이 녹아있는 음식을 부자가 달디달게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메모(김소운 수필 중에서)보다 '찬밥, 짠 된장'이라는 표현이 가공되지 않은 것 같아 좋다.
가난한 날의 행복에 대해서 말한 수필가가 있었고, 가난은 껴입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시인도 있었다. 가난은 불편할 수 있어도 벗어버리면 그만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누더기 속의 마음씨라고 그들은 전한다. 그들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나의 삐딱한 의식 탓이다. 가난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라는 그들만의 태평스러움과 위선을 지적하고 싶었다.
함민복의 '눈물은 왜 짠가'에서도 가난을 이야기하지만, 그 가난에 대한 거부감 없이 뿌듯한 행복을 나는 느꼈다. 왜 일까, 도대체 눈물은 왜 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