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실미도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1:35

 작성 시각 : 2004.01.16 18:49:03

북파공작원이 속한 684부대는 평양 침투와 지도자 암살이라는 계획 하에 비밀리에 급조된 팀이다. 이들은 작전 수행 이후의 보상을 생각하며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점점 살인병기로 변해간다. 그리고 얼마 후 이들은 무장공비란 이름으로 제거된다.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영화 속 허구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듯하다. 권력에 의해 철저히 은폐된 사건이고, 당사자 입장에서 증언해줄 사람은 한 명도 남지 않았으므로.
실제 상황과 별도로 이 영화의 재미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훈련병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은 교관(안성기 역)의 고뇌에서 찾을 수 있겠다. 그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군인이었다. 명령을 따르지 않은 대가는 더 많은 희생으로 이어질 것도 분명하다. 또 한편 그는 부대원들의 책임자이다. 자신을 믿고 지옥훈련을 해왔던 훈령병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기도 어려웠다.
그는 선택을 부관(조중사와 박중사)에게 돌렸고, 훈련병 한 명(설경구 역)에게도 이 선택의 결과를 몰래 듣게 했다. 좋게 보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 셈이고, 나쁘게 보면 책임회피였다. 달리 또 무슨 방법이 있을까. 외부의 불합리한 힘, 그렇지만 저항할 수 없는 그 힘에 의해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당했을 뿐이다.
조중사와 박중사의 다툼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였다. 훈령병에게 악마 같았던 조중사가 명령을 받들 수 없다고 했고, 훈련병에게 다정했던 박중사가 상부의 지시를 받들어 훈련병을 처치하겠다고 나섰다. 온정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 결정적 순간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인간으로 표변하는 것이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 것은 틀림없다.
고조된 긴장과 재미는 영화의 끝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짐으로써 반감된다. 많은 이야기를 하려하고, 감동을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실미도'도 예외는 아니다.
'죽을만큼'보다 더 비장한 것은 '죽음'이다. 시대의 희생양, 북파공작원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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