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파피용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5:48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열린책들, 2007.

지구의 삶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갖고 파피용 호에 탑승한다.
새로운 행성을 만나기 위해 무려 천 년이 걸렸다. 그 동안 파피용 호 사람들은 원대한 이상과는 어긋나게 지구에서의 삶을 똑같이 반복한다. 사랑 때문에 질투하고, 그 질투심으로 살인을 한다. 살인 때문에 법이 생기고, 법 때문에 관리자와 집행자가 있어야 했다. 권력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과 내어주기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전쟁 끝에 평화, 평화 끝에 전쟁이 반복된다.
지구가 위기에 직면했듯이 파피용 호도 수명이 다하기 직전에 겨우 꿈꾸던 행성에 도착하여 인류의 또 다른 시작을 열었지만, 남녀 간의 다툼으로 그 시작도 삐걱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영원히 계속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이상향으로 만드는 게 인류의 몫임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지구를, 이웃을,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음을 평화롭게 갖는 일이 제 2의 파피용을 꿈꾸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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