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마린을 찾아서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5:49

유용주, <마린을 찾아서>, 한계레 신문사

작가의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으로 열 네 살부터 노동의 길로 들어선 주인공. 시골 자장면집에서 물긷고 청소하고 배달하며 혹사당하던 시절이 십 대 후반으로 오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으나 노동 이외의 여가는 거의 갖지 못하고 자랐다. 육체 노동은 십 대를 관통하며 다른 곳을 쳐다볼 기회를 앗아간 것이다.
금은방에 일하며 우연히 보게 된 여대생(마린)을 마음에 담게 되면서, 마린에 어울리는 신분을 갖고 싶은 열망에 휩쓸린 주인공은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섰다.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대학 입학을 꿈꾸며 직장을 그만두는 용기를 내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마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걸었던 삶과는 다른 무엇에 대한 간절한 갈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는 힘이 되었다. 그렇지만 작가가 겪었던 가난 체험과 노동, 마린에 대한 가닿을 수 없는 연정이 결국 주인공을 시인으로, 소설가로 만들었다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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