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외딴방, 문학동네
아주 늦게까지 부모 도움을 받으며 외딴방 근처에도 안 가 본 축도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부모 곁을 떠날 나이가 되면, 짧든 길든 외딴방이나 골방의 시절을 한번쯤은 지내게 될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에겐 열여섯에서 스물에 이르는 시기가 그랬다. 공단 앞에 늘어진 외딴방들...한 사람이 생활하기에도 비좁은 공간에 주인공과 그녀의 큰오빠, 작은오빠, 외사촌누이가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작가가 꿈인 그녀는 산업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노조에서 탈퇴하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남의 돈에 손을 대기도 한다. 큰오빠가 외딴방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감으로써 그녀는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빡빡한 삶에 적응시키면서 살아갔을 것이다.
또 하나의 외딴방엔, 그녀가 좋아했던 언니가 그 방에서 자살한다. 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사랑인지 가난인지 시대인지...이 모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그녀가 외딴방을 결사적으로 벗어나고자 했던 이유를,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를 제공한다.
삶이 지나치게 무겁다든지 아니면 지나치게 가볍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에게 외딴방은 적당한 무게감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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