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농담하는 카메라, 문학동네, 2008.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사진기로 담아오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재미나는 풍경을 보면 어떨까. 재미난 풍경은 낯선 곳에서 발견되는 풍경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재치와 감각으로 저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도마를 들고 지리산 종주에 나섰던 저자의 고백은 그 사실 자체로도 웃음을 주며,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게 한 동력이 파리 때문이라고 우기는 것에도 설득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저자에게는 별로 인상 쓰지도 않고, 힘들이지도 않고 남을 설득시키는 힘이 있나 보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거나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할 때도 직접적인 비난보다는 오히려 농담에 가까운 화법으로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상대의 실수를 무섭게 몰아치거나 진실어린 충고로 상대의 실수를 바로잡으려고 해도 기대만큼 상대는 변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만 지칠 때를 종종 본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도 의를 상하지 않고 상대를 변화시키는 힘이 농담 속에 있다고 가정하면, 그 실례를 성석제의 문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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