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문학동네
‘라일라’라 불리는 아프리카 소녀의 이야기인 동시에 태어난 지역과 피부 색깔과 빈곤으로 인해 고통 속에 살아왔을 숱한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라일라’는 예닐곱 살 괴한에게 유괴되어 버려지면서 이전의 과거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뿌리를 잃어버린 채 생활하다가 자신을 돌봐주던 아주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성적 욕망을 채우려거나 단지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피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사창가나 난민촌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매치기에 재미를 붙이기도 하면서 삶의 바닥을 전전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다른 세상을 꿈꾸며 아프리카 대륙을 탈출하여 프랑스로 불법이민을 가지만 거기서의 삶도 순탄치 않다. 언제 강제추방 당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사람들의 호의 뒤에 숨어 있었던 이중성이 절망을 더해 준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지만 그곳 역시 피부 색깔로 인한 차별이 만연한 도시이다.
결국, 양쪽 귀의 청력을 다 잃고서야 고향 쪽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모든 사람이 고귀하다는 명제가 참이려면 어디서, 누구에게 태어났느냐가 그 인생의 전부를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 않을까. ‘라일라’의 인생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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