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22:16

이명옥,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주)21세기북스, 2009.

책 표지에 고흐가 그린 구두 한 켤레가 있다. 구두에 대한 여러 사람의 평을 소개한 다음, 저자는 예술을 한다는 게, 예술가의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헌 구두를 그린 것 같다는 평을 했다.
이처럼 그림은 화가를 떠나게 되면 독자에 의해 제 나름대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예술 또는 예술 감상은 그가 처한 환경, 그가 지나온 삶의 이력과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소개된 것 중에 이영희 씨가 그린 ‘길’에 관련된 그림 몇 점이 눈에 오래 남는다. 길은 어딘가를 향하게 되어 있다. 그 어딘가는 한 번도 밟지 않은 길일 수도 있고 눈에 익은 익숙한 길일 수도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인데도 왠지 끌리는, 그래서 걷고 싶거나 머물고 싶은 길도 있다.
미루나무 길을 지나서 느티나무와 감나무를 앞뒤에 둔 집, 그 집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고개 마루에서부터 지켜보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길을 혼자 그려본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