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http://cafe.daum.net/gswachon 양지옥전(養志玉田) 님
적천사 은행나무* / 이동훈
절 마을 노부부에게
단풍 들어 피똥 싸는 아들이 있었어.
구린 것을 달이라는
뜨내기 중의 수작도 긴한 일이어서
구린내 나는 것은
노린재든 마타리든 안 가렸지만
아들은 노란 똥을 내지 못하고 죽었대.
해서 기도나 드릴 겸 절을 찾았는데
천지간 빽빽한 은행, 그 구린내를
다시 맡게 된 거야.
저만쯤 떨어진 두 은행나무 아래
노부부가 나절가웃 울다 간 후
그 울음 다 받고 무거워진 은행나무
어스름밤을 기다려 자기 것을 털기 시작한대.
쉬! 귀 기울여 들어봐.
순서도 없이 아래로 꽂히는
은행, 그 왁자한 울음을.
* 경북 청도 소재, 천연기념물 제 4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