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산소 / 이동훈
빈 상여와 함께 보공으로 쓰인 남루가
단불에 너풀너풀대던 그날
천지사방 튀는 불꽃 속에 언뜻번뜻 비치는,
이쪽을 반히 보고도 아무 말 내지 못하던 할매.
孺人 月城 金氏之墓로 남아
어느 봄엔 할미꽃으로
어느 가을엔 도라지꽃으로 안녕했지.
웃을 듯 말 듯한 생전의 입매가 꽃 속에 있었지.
그러다 비석 뒤에 새긴 자식 이름
하나 둘 지워지면서
누름누름해져 말문을 닫은 할매.
오늘처럼, 생사 모르는 철없는 아이들
빗돌 한 쪽씩 잡고 뭐라고 종알거릴 것 같으면
바람 든 어깨 시원하시려나.
굳은 입매 풀리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