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할매 국밥집

톰소여와허크 2011. 2. 9. 09:38

 

사진 출처: http://cafe.daum.net/food808 푸른하늘님

할매 국밥집/ 이동훈

갈수록 추울 거라는 예보에
지레 얼은 속을 데우러 국밥집에 갔다.
실업 한파가 예까지 미쳤는지
일 거드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할매가 순대국밥을 내려놓는다.
돼지국밥을 시켰는데…….
같은 육수에 맛도 거기서 거기려니
그냥 잠자코 한 술 뜨려다가
있는 사실이라도 알려준다는 게
제법 흰소리를 내고 말았다.
- 돼지국밥 시켰구만.
짐작대로 떠름한 표정의 할매가
이쪽을 보고 또
상 하나 건너 저쪽을 보더니
- 바뀌어 나갔뿐네.
할매의 말투는 그걸로 끝이라는 건데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부추같이 야들한 아가씨가 뭐에 놀랐는지
꺾은 고추를 돼지국밥에 찔러 넣는다.
괜스레 깍두기만 궁굴리는 참에
- 든든하게 무라이!
그때 더운 김이 확 오른 건
아가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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