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쌍어의 비밀

톰소여와허크 2011. 5. 6. 13:44

 

사진: 이경목 님 作

 

쌍어의 비밀/ 이동훈

 

 

김수로왕이 직접 나루까지 나와 

동등한 반려자의 모습을 보인 뒤에야

열여섯 살 신부 허황옥이 배에서 내렸대요. 

허황옥의 고향 아유타국으로 짐작하는 아요디아

그쪽 사원에 있는 쌍어 문양과

김수로왕릉 정문에 있는 쌍어 문양이 닮아서

무슨 연관이 있을 거라지만  

바라보는 구지봉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고

갠지스 강과 낙동강 사이

이천 년 전의 인연은 감감하기만 한데

멀리 또 가까이 마주보는 물고기가 뻥끗 또 뻥끗

쟁여 놓은 비밀 하나를 전하는 것이지요.

쌍어는 평등한 남녀 모습이라고

가운데 탑은 남녀가 함께 소망하는 세상이라고

김수로와 허황옥이 만나

두 명의 아들에게 허 씨 성을 준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죠.

구지봉 아래 신성한 땅을 아내 묏자리로 내어준

사내의 마음도 짚이고요.

지금 허황옥의 고향에서는

결혼 지참금 문제로 매년 수천 명의 여성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이름도 비슷한 탓티 황옥은

한국으로 이주한 지 일주일 만에

남편의 폭력으로 스무 살 꿈이 꺾였다지요.

 

 

김해 은하사에 가면

수미단 쌍어 문양을 잃어버리고

눈 부릅뜬 신어(神魚)를 찾아보세요.

잃어버린 게 쌍어 문양만이 아니란 생각이

죽비로 탁, 탁, 내릴 거예요.

 

 *탓티 황옥: 2010년 국제결혼으로 이주해 온 베트남 여성으로 남편에게 살해당함.


'<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가  (0) 2011.07.28
지심도 동백  (0) 2011.06.12
마애불 배꼽  (0) 2011.04.13
할매 국밥집  (0) 2011.02.09
귀룽나무 꽃  (0) 2011.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