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톰소여와허크 2011. 8. 10. 15:49

 

마당을 나온 암탉


-  영화 제목에 굳이 암탉인 것을 밝힌 건 뭔가? 이런 의문은 영화를 보고 나서야 풀린다. 영화는 자유와 모성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잘 구현한다.

  닭장 속의 암탉은 때 맞춰 모이만 쪼고, 품지도 못하는 알만 생산하는 데 비애를 느낀다. 문틈으로 보인 ‘마당’을 보면서부터이다. 마당은 새로운 세계이다. 닭장에 존재하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신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꿈꾸는 것을 행할 수 있으니 ‘갇힌 평화’와 비교할 순 없다.

  마당이 여의치 않게 되자 암탉은 더 큰 마당인 숲으로 간다. 암탉에 의해 길러진 오리가 파수꾼이 되고 먼 세계를 향해 떠나려하는 것도 마당을 그리던 암탉의 선택과 다르지 않다.

  암탉과 오리의 선택은 잘 산다는 것이 무언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준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갈등 없이 지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리라.

  한편 이 영화는 입양 오리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암탉의 모성을 지지하면서 이를 위협하던 오소리의 행동 역시 새끼를 보살피려는 모성이었음을 보여주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준다. 또 해피엔드로 끝나는 동화 대신 암탉의 죽음이라는 현실을 선택하여 끝이 상쾌해지는 것을 막고 있다. 가벼운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무거운 것이 오래 가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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