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에서 / 이동훈
물비늘에 끌린 아이는
미루나무 사이로 춤추며 내려가다가
맨바닥에 자맥질하고.
놀란 울음을 다독이던 할배는
길섶 꽃나무에 꽃을 빌려 꼬막손에 주었네.
닥지닥지 앉은 하얀 꽃
종일 시들지도 않고.
아이가 꽃잠 드니
할배는 나직나직 흥얼거리네.
조팝나무 꽃이 필 때면 콩 심을 때라고.
조팝나무 잎이 단풍 질 때면 콩은 콩깍지를 뜨는 거라고.
구부스름한 왜가리는
잇대 놓은 콩마당 같은 늪에 발을 묻고도
먼산바라기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