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흥덕왕릉

톰소여와허크 2011. 10. 11. 15:40

사진: 김형식님 작

 

흥덕왕릉/ 이동훈

 

 

자욱이 내리는 안개비 사이로

싸울아비 도래솔이 무력시위하는 사이사이로

그에게 간다.

도래진을 꿰뚫어 오르는 산안개처럼

적의를 뚫으면 또 따른 적의가 설계된 길로

서역 장사의 칼, 사자의 송곳니,

사주경계 서는 십이지신을 차례로 지나

천 년 꽃잠 든 그에게 간다.

 

 

왕관도 벗고 말채찍도 놓고

혹여 사랑을 잃을까 겹겹이 단속한 후에야

젖은 땅 밑, 아내 유골 옆에 누운

순정의 사내 앞에

그예 흙이 되고 한 호흡이 된 사랑 앞에

무덤의 마른풀처럼 가벼웠을 내 사랑은 자꾸 밀려나

후드득, 빗방울 맞는다.

 

 

세상의 길은 다 지워지고

너에게 가는 길만 뚜렷해질 즈음

사뭇 가지 못하면 여기 무너앉으라고

도래솔에 발목 잡히면서

물방울로 터지면서 너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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