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형식님 작
흥덕왕릉/ 이동훈
자욱이 내리는 안개비 사이로
싸울아비 도래솔이 무력시위하는 사이사이로
그에게 간다.
도래진을 꿰뚫어 오르는 산안개처럼
적의를 뚫으면 또 따른 적의가 설계된 길로
서역 장사의 칼, 사자의 송곳니,
사주경계 서는 십이지신을 차례로 지나
천 년 꽃잠 든 그에게 간다.
왕관도 벗고 말채찍도 놓고
혹여 사랑을 잃을까 겹겹이 단속한 후에야
젖은 땅 밑, 아내 유골 옆에 누운
순정의 사내 앞에
그예 흙이 되고 한 호흡이 된 사랑 앞에
무덤의 마른풀처럼 가벼웠을 내 사랑은 자꾸 밀려나
후드득, 빗방울 맞는다.
세상의 길은 다 지워지고
너에게 가는 길만 뚜렷해질 즈음
사뭇 가지 못하면 여기 무너앉으라고
도래솔에 발목 잡히면서
물방울로 터지면서 너를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