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부러진 화살

톰소여와허크 2012. 2. 2. 01:42

 

 

부러진 화살

 

 

-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지만 그 실화란 재판 과정을 말하는 것이고 석궁 발사를 둘러싼 교수와 법관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하는 구체적 사건 장면은 아니다. 이 부분이 쌍방이 부딪치는 쟁점일 텐데, 목격자는 없다.

  공히 인정하는 사실은 교수 복직 소송에 패소한 당사자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석궁을 들고 담당 판사를 찾아가 위협을 가한 점이다. 이 행위만으로도 판결의 옳고 그름을 떠나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일반인의 법 감정으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무리 중대한 잘못을 범한 범죄자(확정되기 전까지는 피의자 신분)라 하더라도, 자기를 보호하고 변호할 권리를 주면서 최종 판결이 있기까지 민주적 절차를 밟는 게 또한 일반인의 법 상식이다. 부러진 화살의 행방은 그렇다 치더라도 피의자와 변호사 측의 혈흔 감정을 몇 번이나 무시한 것은 피의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처사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다분히 있다.

  당사자의 정당 방위적 행동(피의자의 주장)이든 사법부에 대한 테러이든 사법부가 직접 관련되는 사건인 만큼 더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야 할 터인데 영화 속 재판 과정만 본다면, 개인의 감정이나 조직의 입장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실은 하나이겠지만 각자가 생각하거나 주장하는 진실은 둘도 되고 셋도 되는 법이다. 그러니 죄의 유무와 정도를 판정하는 재판은 사건의 동기나 개연성보다는 결국 증거로 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사법부가 불신을 자초한 면이 있다. 사법 기관의 권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권위는 스스로 세우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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