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톰소여와허크 2013. 2. 18. 02:46

 

광해, 왕이 된 남자

 

 

- 광해군 8년 승정원 일기에서 보름 간의 내용이 누락되었음에 착안하여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만들었다. 정적의 간계로 사경을 헤매는 광해를 대신해 도승지 허균(실제 허균은 도승지에 임명된 기록이 없지만 형조판서까지 제수 받을 정도로 광해의 총애를 받았음)의 주도로 닮은꼴의 광대로 하여금 왕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는 게 영화의 기본 뼈대다.

  광해는 임진왜란을 지휘한 공으로 가까스로 왕이 되어, 왕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영창대군을 증살하고 인목대비를 폐비로 강등시켰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자증세와 관련된 대동법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며, 명에 대한 사대에 연연하지 않고 실속을 챙기는 외교력을 발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처신이 결국 반정의 명분을 주었으나, 지금은 그 명분을 심판하는 분위기도 만만찮다.

  영화 속 가짜 왕은 아주 매력적이다. 궁녀를 인격체로 대하고 안타까운 사연에는 눈물까지 보이며 고충을 해결해 주고자 한다. 권력을 마구 쓰지도 않았고, 휘둘리지도 않았으며 서민의 삶이 어떠할지를 살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려는, 우리가 갖고 싶은 왕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런 광해와 광해를 지지하는 허균은 꽤나 닮았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꿈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허균이 역모를 꾀했든 억울하게 걸려들었든, 광해가 진실을 알든 모르든 간에 꿈 한 쪽이 잘려나가면서 남은 꿈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지금도 완성되지 못하고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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