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삶을 바꾼 만남

톰소여와허크 2012. 9. 29. 01:15

 

허련(許鍊.1808-1893)  작, 일속산방도(一粟山房圖)(황상이 말년에 머물렀던 곳) 

 

정민, 삶을 바꾼 만남, (주)문학동네, 2011

 

 

- 추사 김정희에게 제자 이상적이 있었다면 정약용에게 황상이 있다고 해야겠다. 제주도 시절, 어려울 때 의리를 보여 준 제자를 위해 김정희는 세한도를 그렸다. 다산 정약용은 열다섯 살 황상에게 ‘삼근계’(부지런함을 권하는 글)를 주어 그의 운명의 지침을 바꾸어 놓고, ‘제황상유인첩’(채마밭을 일구고 벼슬에 연연하지 않는 선비상을 노래한 글)을 내려 그의 말년까지의 삶을 지배해 버렸다. 물론, 황상 본인이 싫으면 그만인 일이지만 스승의 뜻과 정성에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다산이라고 해서 학문적 성취와 함께 모든 면에서 모범일 리는 없다. 유배에 풀려서 제자의 뒤를 봐줄 깜냥이 안 되니, 등 돌리는 제자를 서운해 하고 그러면서도 재산에 연연하는 대인답지 않은 모습도 보인다. 진정한 사제지간의 윤리는 상대의 훌륭한 점을 높이 사고 배우려는 마음이 우선이겠지만, 상대의 모나고 약한 성정까지도 수용하면서 더 깊어지는 것이리라.

  정약용의 두 아들과 황상의 만남, 이어지는 추사와의 교류 등을 몇 편의 시로 읽는 동안 사람과의 인연과 그 인연의 소중함을 거듭 생각하게 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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