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느림보 마음, 마음의숲, 2012.
- 시인의 고향은 경북 김천이다. 시골의 농사짓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게 시인의 자산이다. 밖에서 들어오는 어른을 향해 “이제 오세요”, 볼일 보고 들어오는 아이를 향해서 “이제 오느냐”며 서로 간에 인사 두는 일을 시인은 우물처럼 속이 깊은 말로 기억한다. 무심코 인사를 생략해서 아버지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에피소드와 함께.
시인은 백석의 <여우난곬족>에 나오는 상황처럼 북적거리며 정을 나누는 옛 공동체의 삶을 아름답게 떠올린다. “감꽃 져 내리던 날, 텅 빈 마루에 홀로 넋을 놓고 계시던 내 어머니의 젊은 시절도 떠나보낼 수가 없다”며 어머니의 그늘을 그리워하고, 대입 시험을 망치고 고개 숙일 때 아버지가 잡아준 손을 잊지 못한다. 아버지의 손이 대물림 되어 이제, 시인은 집 아이들의 머리를 쓸어주는 데 곧잘 손을 쓴단다.
시인은 변해 가는 계절의 변화와 그때그때의 단상을 적잖이 기록했다. 한동안 이어지던 추위가 잠시 주춤한 오늘, 늦은 밤에 시인의 산문을 흉내 내어 하루를 정리해 본다. 운문사 다녀오는 길에, 아주 떠나온 줄 알았던 여름과 햇빛이 한나절 가득했다고.(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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