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신갈나무 투쟁기

톰소여와허크 2013. 1. 5. 12:39

 

 

 청도 삼족대에서 본 굴참나무(2011,10)

 

차윤정․전승훈, 신갈나무 투쟁기(2009,개정판), 지성사

 

 

 

* 산에 오르면 참나무, 그것도 도토리를 열매로 갖는 나무의 종류가 많다. 참나무라고 부르고 말면 그만이겠지만, 제대로 된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 게 실례일지도 모른다. 책의 내용 중 일부를 공부 삼아 옮겨 적는다.

  “참나무류는 기본적으로 잎의 모양새에 따라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된다. 잎이 길고 가는 형태로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있으며, 잎이 크고 두툼한 무리로는 신갈나무와 떡갈나무가 있다. 또한 중간 단계의 넓은 잎 모양을 가진 것으로는 졸참나무와 갈참나무가 있다. 굴참나무는 잎의 뒷면이 흰색으로 상수리나무와 구별되고, 신갈나무는 잎이 두꺼운 떡갈나무에 비해 잎이 얇으며, 졸참나무는 갈참나무에 비해 잎이 지고 잎 뒷면에 털이 많다.”

  이것만으로도 구별이 쉽지 않은 데 서로 다른 종과 섞여 새로운 특성을 지닌 나무도 있다니 이름 불러주는 일이 웬만한 관심 없이는 어렵겠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달라는 시가 상당한 주목을 끈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숲 전체로 보면, 소나무가 일차적으로 자리 잡은 곳에 신갈나무류가 들어서서 경쟁하고 마침내 신갈나무 세상을 만든다고 한다. 그 치열한 경쟁과 생존, 또 새로 전환․반복되는 식물의 생활사가 이 책의 줄거리다. 일부분을 더 인용해 보자.

“이미 나무들이 모려 이루어진 숲은 나무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물질들로 인해 강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매년 쏟아 내는 낙엽과 죽은 가지들, 이 가지들을 분해하고 쪼개기 위해 얽혀 있는 무수한 곰팡이와 버섯들, 그리고 굴을 파고 땅을 뒤집고 공기와 물을 소통시키는 작은 동물들, 이 모든 것들이 얽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 주는 숲의 바닥권, 시너지 효과란 이런 것이다.”

  책 내용에 따르면, 신갈나무는 도토리 생산을 전략적으로 조정한다고 한다. 도토리를 노리는 짐승의 새끼가 늘어나면 열매 수를 줄여 짐승의 수도 자연 감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단 자신이 살고 그런 다음 이웃과 나누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살짝 궁금해지는 부분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