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국제시장

톰소여와허크 2015. 1. 5. 05:48

 

국제시장

 

 

  - 부산의 국제시장은 광복 후 도떼기시장(도깨비시장)으로 자리 잡은 후 전쟁 중 피난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실제 영화에서도 흥남철수작전으로 덕수(황정민 역) 가족이 내려온 곳이 국제시장이다. 덕수의 아버지는 막내를 찾기 위해 배에 오르지 못하고 결국 이산가족이 되고 만다.

  이 영화는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시작하여 반공주의와 산업개발로 점철된 시대를 지나오며 가족을 위해 악착같이 일하며 자신을 희생한 덕수의 뒤를 충실하게 뒤따른다. 이 과정에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 같이 얽혀서 풀어지는데 독일광부파견과 베트남전 참전 등이 그렇다. 현대 정주영 이야기 등 삽화로 처리된 몇 장면을 통해 이 영화가 박정희식 근대화를 미화했거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화라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영화 전체의 내용을 감안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베트남전을 통해 또 다른 이산가족의 아픔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주효했지만 베트공의 시각이 반영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상쇄하는 힘이 이 영화에 분명 있다.

  전쟁의 비극과 이산가족의 아픔, 광부의 참혹한 삶을 핍진하게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아버지 없이 남편 없이 백 없이 삶의 질곡을 헤쳐온 평범한 사람들의 순탄하지 않은 인생사가 마음에 격랑을 일으킨다. 웬만큼 모질지 않으면 눈물 한 줄 정도는 그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풋풋한 연애가 있고, 평생을 함께 하는 우정이 있어 어두운 면을 씻어주는 상큼함도 있다.

  덕수는 혹 아버지가 찾아올까봐 '꽃분이네' 가게를 처분하지 못한다. 국제시장 꽃분이네는 가명일지 몰라도 엄연한 현실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은 이제 생각하니 복 받은 사람이다. 아버지와 남편과 생이별하고 평생 만나지 못하는 나라도 있으니.(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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