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선부 고독>, 1939.
김용준, 새 근원수필(近園 隨筆), 열화당
- 근원수필(을유문화사, 1948)에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했던 원고를 함께 묶은 책이다.
화가 김용준의 화실이자 글방, 또 살림집이기도 했던 성북동 ‘노시산방’(老柿山房)에 대한 기록이 눈에 띈다. 늙은 감나무가 좋아 덜컥 사버렸다는 집, “감나무가 주인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요 주인이 감나무를 위해 사는” 형편을 생각해서 이웃의 이태준이 지어 준 이름이 노시산방이다. 古柿와 老柿에 대한 이견 끝에 老에서 “겸양하고 넉넉한 맛”을 느끼며, 감나무의 단풍을 즐길 줄 아는 작가는 월북 이후 한동안 잊혀진 사람이 되었다.
예술 동료였던 김환기에게 넘긴 ‘노시산방’이 여직 그 모습 그대로 서울에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작가가 물을 사서 뿌려주기도 했던 감나무는 또 어떻게 되었을까. 이태준의 수연산방이 외가 후손과 세상의 관심으로 다시 돌아왔듯이 김용준의 노시산방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기행과 일탈을 일삼던 최북과 장승업의 예술혼을 그가 높이 평가했던 것처럼, 시대와 이념을 떠나서 김용준의 글과 그림도 온당하게 평가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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