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길>, 1964.
최열, 박수근 평전 『시대공감』, 미래엔북스, 2011.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
마가렛 밀러 여사에게 보낸 편지글에 밝힌 박수근의 생각이다. 그림을 시작했을 무렵, 밀레의 <만종>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 느낌을 자신의 예술관으로 끝까지 견지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조선미술전람회와 이어지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공모에 스무 해 가까이 꾸준히 응모한 데서 그의 어지간한 성실성을 또한 짐작할 수 있으며, 이를 책 속의 작품 사진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붓을 잡은 이후, 가난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못하고 생계를 의식하며 그림을 그렸던, 고단하고 남루하기까지 했을 화가가 불과 사후 몇 년 만에 최고의 반열에 올라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현실이 꽤나 만화적이긴 하지만, 그의 그림은 소박하고 진지하고 아름답워 보인다. 시골 길, 집, 시장을 배경으로 나무와 아줌마와 아이들이 있는 풍경은 물감의 두께 이상으로 깊은 감흥을 준다.
박수근 그림에서 고목을 비롯한 나무 그림이 많은데 잎이 없는 게 눈에 띈다. 저자는 “고난의 길에서 풍성한 잎사귀들이 자라나기를 인내하며 기다리는 사람, 다시 말해 앙상한 나목은 곧 자기자신이었던 것이다”라며 박수근과 나무를 동일시했다. 박수근이라는 커다란 나무는 그윽한 향기를 지친 이웃에게 나누어 줄 것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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