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비(김영선 역),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 2011.
간서치看書痴(안소영,『책만 보는 바보』)로 불린 이덕무는 굶주림과 추위, 그로 인한 근심 속에서도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현실의 고통을 잊는 수단으로서의 독서의 효용을 말하는 듯하나, 그 이면에는 책 중독자의 자부심 같은 것도 있는 듯하다. 이덕무와 비슷한 책 중독자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있었던 모양이다. 서양의 어느 책 중독자에 관한 이 책은 책 중독의 다양한 면을 유머러스하게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책 중독 말기쯤의 사람에게 완벽한 데이트는 “두 사람이 무릎을 비추는 전등이 딸린 소파 두 개를 약간 떨어뜨려놓은 채로 앉아서 각자 다른 책을 읽는 것”이다. 이웃이나 친척집을 방문할 때 책을 가져가면 초기나 중기, 그 집에서 주위의 눈치를 보며 책을 펴거나 아예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읽으면 책 중독 말기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
저자는 친절하게 책 중독 치유법까지 소개하고 있지만, 중독에서 애써 빠져나오려는 열의는 없어 보인다. 책 수십 권 골라 어딘가 짱박혀 한 세월 시름없이 날 수 있다면 그만한 복도 없겠다 싶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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