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할』, ㈜여백미디어, 2013.
불교에서 ‘할(喝)’은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며, 화두를 품고 수행하는 불제자에게는 깨침을 독려하는 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어리석음에서 헤쳐 나오려면 어리석음을 알아보아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 눈과 귀를 밝게 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하리라.
고인의 유작이 된 이 책은 경허 대사와 그의 제자 수월, 혜월, 만공의 발자취를 좇아 그들의 행적을 그려낸 것인데 공부 삼아 만공의 뒤를 따라가 본다.
불가의 뜻을 두고 계룡산 동학사에서 행자 노릇을 하다가 경허를 만나 천장사에서 사미승이 된다. 온양의 봉곡사에서 깨달음을 얻고 공주 마곡사에서 그 깊이를 더한다. 산천을 돌아다니던 만공이 다시 자리 잡은 곳은 수덕사와 인근 암자다. 여기서 후에 청산리 전투에 빛나는 김좌진 장군과 힘겨루기를 하기도 했고, 여성 해방과 자유연애를 주장했던 김일엽을 출가시키기도 했다. 만공은 서산 간월암을 복원하고 여기서 조국해방 천일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만공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이별할 때가 되었다는 말을 남기고 문득, 입적했다. 가진 것, 있는 것에 집착하여 스스로 길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만공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할!(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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