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기 / 이동순
이른 새벽
부뚜막 도마 위에
웬 낯선 물고기 하나 누웠나니
단단한 머리에
퉁방울처럼 부릅뜬 눈
몸에는 우툴두툴 가시 박힌 갑옷을 입었지만
말 마라 그의 모습은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내 어머니의
갈라 터진 손마디 보여 주네
전쟁과 굶주림의 기억이
아직도 어제인 듯 아프고 생생하지만
걱정 마라
어떤 상처와 고통에도
그는 결코 스스로를 꺾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니
밤을 새워
고기 잡느라 몸이 꽁꽁 언
묵호 어민들의 따뜻한 술상으로
낮이든 새벽이든 누가 부르면 냉큼 달려와
힘과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그러나 못생긴 외모 때문에
이름마저 삼식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가슴에 슬픔 많은 물고기
- 『묵호』, 시와시학, 2011.
* “삼세기”란 물고기가 있다. 힘은 세어 보이나 “못생긴 외모”로 만만한 구석이 있어서인지 “삼식이”로 불린다. 요즘은“삼세끼”라고도 한다. 집에서 세 끼를 다 챙겨 먹는, 그래서 눈치를 봐야 하는 가장의 쓸쓸한 처지를 빗댄 말이라고 한다.
시인은 삼세기에서 “힘든 세월”, “상처와 고통”을 꿋꿋하게 지나오면서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던 이들을 떠올린다. 그 사람들은“가슴에 슬픔 많은”어머니고, 전쟁으로 인해 마음이 다친 사람이고, 생계를 위해 애쓰는 가난한 이웃들이다.
그런 모든 아름다움, 모든 슬픔을 위해서 삼 세 끼 보시하고 싶은 걸까. 삼세기는 제 몸에 고추장 쓰고 스스로를 데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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