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노숙자 作) , 그림 출처: http://blog.daum.net/oyo1119/1065
개를 위한 변명/ 이동훈
먹지 못하면 개꽃, 반반치 못하면 개떡, 시원찮으면 개꿈이다. 어엿한 새끼도 개를 앞에 두어 욕을 보인다. 남의 족보를 허락 없이 가져가서 개망신 주는 꼴이니 개로서는 어처구니없다 할밖에.
굴러먹다 온 개뼈다귀 출신이 개수작 부린다고, 개똥도 모르면서 병나발 개나발이라고 닦아세울 것 같으면 개구멍이 다 그립고, 있지도 않은 개뿔로 창피를 주니 개 낯짝도 붉어질 지경이다. 저들끼리 남남하다가 새판 짜고 이판사판 몰려 딴판 벌리더니 개판이란다. 죽 쒀서 개 준 꼴이란다. 개 말로 죽이라도 한 술 떴으면 덜 억울할까.
개소주 대러 개장수 나서는 인기척이 이보다 슬플까. 당겨진 개줄 같은 긴장이 이보다 싫을까. 털레털레 마을돌이 나설 때면 개나리 푸지게 늘어서서 개털끼리 좋은 봄이라며 노란 입술 비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