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무서운 이야기

톰소여와허크 2014. 8. 24. 11:27

몽우 조셉 킴 , <독수리>

-그림 출처: http://blog.naver.com/ahddnwhtpqzl

 

무서운 이야기 / 이동훈

 

 

  보일러 끓는 소리 따라 이야기도 슬렁슬렁 풀어진다.

  몸이 아프면 귀신이 든다고 하잖아. 내가 그 꼴인 게야. 오줌을 늦게 가렸어도 무탈하기만 했는데 덜컥 저승길이 보인 거야. 요즘 같으면 병원에 간다고 호들갑이겠지만 그땐 걱정스런 눈빛만 잔뜩 부조 받았어. 앓는 소리도 못 내는 불덩이 몸으로 이불 덮고 죽은 듯이, 아니 거지반은 죽어서 흰자위만 치뜨고 있었을 거야. 밤새 물수건을 대던 할매도 등을 보이며 졸고 있었어. 아릿한 마음에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할매, 할매를 불렀지. 웬일인지 돌개바람에 문풍지가 사납게 울더니 정신이 번득 들더군.

  ……할매가 아니구나!

  목소리가 안 나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다시 죽음 같은 귀잠을 지나고 나니 머리맡에 할매가 알 듯 말 듯한 웃음을 물고 있었어. 열은 감쪽같이 내렸고 말이야.

  내 이야기가 무섭지 않아?

  보일러 기름 값이 더 무섭다고.

  그럼 이제 뜨거운 이야기 하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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