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별
- 북쪽마을에서의 일 년 / 심재휘
그대를 남겨놓고 북쪽마을로 떠나올 때
나는 처음 이별을 알았네
돌아보지 않아도 그 이별
등 뒤에서 작아지며 오래 서 있었네
그리고 북쪽마을에서는
첫 이별의 벌판에 몇 차례 눈 폭풍이 찾아오고
첫 이별의 기차들이 저녁을 지나 멀리 떠나가고
밤마다 첫 이별의 별들은 자작나무 숲 속에서 어두워졌네
여름이 오자 당신은 한 철 같이 지내자고
이별 가득한 가방 하나를 들고 나를 찾아와
오늘은 내 곁을 떠나가고 있네 그리하여
나는 두 번째 이별도 알아버렸네
나는 알아버렸네 우리가
한평생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멀어지는 이별 후의 다시 다가오는 이별뿐이라는 걸
그리하여 당신과 또 헤어지는 어느 날
주머니 속에 한 푼의 이별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면
그때 우리는 영원히 이별하는 것이네
이별과도 이별하는 것이네
-『중국인 맹인 안마사』, 중앙북스, 2014.
* 이별에 관한 이행시가 가슴에 박힌 적이 있다. “[이]루고 싶은 것들이/ [별]처럼 멀어져만 간다”(학생 작품, 서 아로미)는 시다. 이별의 장면과 무관하지 않으면서도 소망대로 되지 않는 삶의 안타까운 모습을 잘 보여주었기에 그 울림이 적지 않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노랫말처럼 이별은 이 별에 사는 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듯도 하다. 좀 더 머물렀으면 하는 순간, 만나서 사랑하는 그 순간에도 이별이 준비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신”이 “나”에게 오는 순간, 이미 “이별 가득한 가방”을 들고 있음을 안다. 함께한 시간과 추억을 얼마간 흘리기도 하고 새로 담기도 하면서 그 가방은 주인과 함께 떠날 것이다. 떠나든 남든 마음에 남은 영향에 따라 첫 번째 이별로, 두 번째 이별로, 세 번째 이별로 서로의 가슴에 차례차례 기록될 것이다.
이별을 통해서 시인은 “한평생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멀어지는 이별 후의 다시 다가오는 이별뿐”임을 간파했고, 앞서 이행시를 쓴 학생 역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현실을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있는 이별이지만 누구와도 같지 않은 이별로 인해 이별 이야기는 끝이 없겠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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