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림사지 삼층석탑* / 이동훈
어떤 주문을 외어야
몸돌의 쌍바라지를 열 수 있을까.
저 문 안에 들면
높아도 높바람 없고 누워도 윗바람 없는
고루고루 뜨스운 세계가
내밀하게 마련되어 있으리.
아직 계약하지 못한 날의 밥을 위해
―열려라 밥!
주문을 걸어볼까.
바닥이 쉬 보이는 뚜껑밥 말고
나누어 더 푸짐한 두레밥을 빌어볼까.
기단에 내려서서 문을 지키는
아수라의 갈퀴눈이 물러지거나
건달바의 종주먹이 느슨해지면
천 년 비밀을 열어젖힐 듯
사방의 문고리가 달싹거리지.
공교롭게도 노루 한 마리
소나무 그루터기로 뱝뛰어 내려와
잠시 한눈팔기라도 하면
문고리는 다시 요지부동이야.
저녁놀에 불그름히 물든 창림사지에
밥때 잊고 오래 서 있으면
사람의 마을로 어서 내려가라고
둥근 턱으로 미는
석탑 한 기 있어.
*창림사지 삼층석탑: 경북 경주 배동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