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산이 울다

톰소여와허크 2016. 5. 30. 13:16

 

 

산이 울다 (래리 양 감독)

 

 

  - 중국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집으로 가는 길’ (장예모 감독)을 인상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다. 사람 사이, 인정과 사랑을 서정적으로 잘 그려내기도 했지만 주변의 풍경과 대상을 적절하게 포착해서 영상화하는 연출력도 상당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이번에 만난 ‘산이 울다’에서 비슷한 인상을 받았고, 뒤끝이 남아 혼자 삭이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산꼭대기 오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풍부한 영상미에 눈이 즐거웠고 사망자를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자치 법정도 그럴듯했지만 마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 희생자를 만드는 집단행동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리얼리티를 담보하면서 인간성의 부정적 측면을 돌아보고 양심을 일깨우는 장치라고 해야겠다.

  결정적 장면은 벙어리 여주인공의 과거가 조금씩 회상되다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극적으로 소름 돋치게 나타난 부분이다. 축제가 악몽으로 바뀐 어린아이를 쳐다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아이는 무수히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주인공의 상처가 마침내 복수로 마감되고도 수시로 후유증을 남기는 모습, 또 평탄치 않은 가족사를 지닌 남주인공이 이를 감싸는 모습을 지나오며 두 사람은 다른 어떤 조건, 체면, 상황을 다 벗어던지고 사랑에 골몰하여 행동한다. 진실한 사랑만이 이 세상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임을 생각하게 하지만, 그 사랑이 결실할지는 영화 그 이후의 이야기로 남아 있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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