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나는 땅이 될 것이다

톰소여와허크 2015. 8. 3. 22:45

이오덕, 나는 땅이 될 것이다(한권으로 읽는 이오덕 일기), (주)양철북, 2015.

 

 

우리말 우리글 교육에 열과 성으로 애썼던 이오덕 선생의 일기를 따라 읽었다. 1925년 태어난 선생은 1962년부터 일기를 써서 2003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일기를 썼다. 시종일관 시국과 교육, 그리고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 우선 주목된다. 그 비판이란 게 지나쳐서 더러 자신만 옳다는 오해를 부를 것도 같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었지만 선생이 기대고 있는 쪽은 가난한 사람들이요, 구체적 삶이요, 그것들을 적실하게 담는 우리말의 효용이었으니 결국 선생이 옳았다고 본다.

일기 몇 줄을 옮겨 적는다.

“모두 다 집에 재산이 넉넉하고 월급까지 받아 걱정 없이 살아간다고 그런 태도가 되었겠지. 그러나 교육자로서, 인간으로서 양심을 가졌다면, 날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 한쪽에서 힘없이 쭈그리고 앉아 배고픔을 참고 있는 아이들을 조금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아닌가?” (데모하는 학생을 비판하는 동료교사를 보며, 1964년 6월)

“교사들은 가르치는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괴로움의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교육이 안 된다. 그 많은 아이들을 일제히 호령만 해서 무엇을 시켜 보려고 하니 되는 일이 없다. 얼핏 보아 잘되는 듯해도 겉으로람 그렇게 보일 뿐이지 실제로는 한 가지도 된 것이 없다”(아침 조회 풍경을 보고, 1971년 10월)

“학문이란 것이 꼭 학교에서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현실의 체험과 독서를 통해 진실한 이치를 찾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내가 학생들에게 전해 주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까지 이미 만들어 놓은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념의 체계를 일단 거부하거나 의심하고, 혹은 그것을 제쳐 두고 현실의 삶 속에서 부딪혀 얻은 느낌과 생각으로 자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도록 하는 태도, 이것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고, 글쓰기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좀 더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학생들 앞에 서야겠다고 결심한다. (한신대 강의를 수용하면서, 1987년 3월)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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