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식탁 / 김해자
아이들에게 지구의를 나눠 준 적 있지
지구라도 되는 듯 좋아하던 딸아이 탄성 때문에
진작 사 주지 돌리고 놀게, 원성이 오래 남아
지구의 함께 돌리다보면 하느님이 된 것 같았지
푸른 바닷물이 출러덩, 물고기들도 펄떡
튀어 나오는 것 같았지
빙빙 돌리면 둥글게 넘치는 잔칫상 같았지
지구의를 돌려라 중국집 회전 식탁처럼
지구의를 돌려라 팔 짧은 아이도 음식이 닿게
지구가 도는 까닭은
누구도 굶지 않는 회전 밥상이 되기 위해서다
아이들아, 지구의를 돌려라 새 지구를
저기, 푸른 식탁이 돌고 있다
- 『집에 가자』, 삶창, 2015.
* 법정 스님은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무소유』)는 간디의 말까지 인용하면서 무소유의 삶을 지지하고 실천하고자 했다. 5대 95의 사회, 상위 5프로가 95프로의 재화를 소유하는 자본주의 구조를 생각하고, 동시에 굶주림으로 인해 죽는 아이가 6초 - 60초라고 해도 좀처럼 믿기지 않지만 - 에 한 명씩이라는 통계를 보면서 부를 나눠 주지 않거나, 나누어 준 부가 굶주리는 아이에게까지 미치지 않는 시스템에 범죄적 요소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획득과 소유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법정 스님도 나중에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산에는 꽃이 피네』)라며 한 발 물러섰다. 부의 덩어리를 크게 해야 복지에 신경 쓸 여력이 생긴다는 말도 말짱 거짓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가진 자와 배부른 자가, 가지지 못한 자와 굶는 자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할 줄 안다. 그건 지나치게 배부르지 않는 일이다. 최저 임금에, 아이들 밥값에 인색한 마음과 그런 마음에 면죄부를 주는 정책은 염치없는 짓이다.
살면서 자꾸 염치 대신 눈치를 보는 우리를 위해 시인은 “지구가 도는 까닭”을 새로 학습해 준다. “누구도 굶지 않는 회전 밥상이 되기 위해서”란다. 빈자도 부자도 같이 돌고, 복지 비용을 감당하느라 미래로 나갈 동력을 잃을까 걱정하는 당신도 함께 돌자. 돌다 보면, 지금보다 좀 더 가난해지는 게 지구와 생태와 건강을 위해서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겠나. “누구도 굶지 않는” 두레밥상, 그 최소한의 평등을 알아차리라고 지구는 정신없이 돌지만, 오늘 식탁엔 기름기가 너무 많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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