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감독 전인환)

톰소여와허크 2016. 11. 20. 08:25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감독 전인환)


“80년대 시위하다 감옥 간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육백 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뤄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노무현, 대통령 수락 연설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연설문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2000년 총선에는 실패했지만 2년 후 지역주의와 학벌, 금력과 권력을 극복하고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으니 인간 노무현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극적인 과정과 기적적인 성취까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일련의 정책 과정에서 반대론자의 입장을 수용하면서도 그들의 마음을 사지는 못했고 거꾸로 지지자의 이탈을 가져온 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서민을 위하는 진정성이라든지 수락 연설에 나타난 그의 역사관이라든지 소탈하고 솔직한 인간미와 화법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대통령으로 꼽고 있다.

두 도시 이야기란 제목처럼 영화는 2000년 부산의 노무현 후보자와 노무현 정신을 잇고자 한 2016년 여수의 백무현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뒤를 쫓는다. 또한 제목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서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검색한 소설 내용 중에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을 법한 문장을 만나 여기 옮겨 적는다.

“나는 알고 있다. 이 깊은 구렁텅이에서 솟아난 아름다운 도시와 현명한 사람들이, 시간이 걸릴지언정 진정한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승리와 패배를 겪음으로써, 현재의 악행과 그것을 잉태한 예전의 악행이 스스로 속죄하고 사라지리라는 것을”

노무현 대통령이 이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찰스 디킨스처럼 가난한 유년을 보냈고, 서민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다. 디킨스의 묘비명에는 <그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자들의 지지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를 잃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말은 노무현에게도 딱 부합한다고 하겠지만, 실제 그의 묘비명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조금 전까지 서울 광화문에서,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대구 동성로에서, 그 밖의 중소도시에서 수십만의 촛불이 모여 잘못된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자 한 것을 고인도 응원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제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지나가 버린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디킨스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어야 하는 것일까. 영화에서는 가수 전인권(영화감독 전인환의 삼촌이기도 함)의 노래가 선물처럼 주어진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걱정 말아요 그대’중)라고. 그 ‘의미’가 다시 깨어나 현재진행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새벽이다. 다들 깨어 있음으로 해서 흐린 하늘도 곧 갤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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