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돌멩이/ 박수빈

톰소여와허크 2016. 6. 30. 15:50

돌멩이 / 박수빈(고1)

 

 

나는 평범한 돌멩이인데

나더러 원석일지도 모른다고

보석이 되라고 한다.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온몸이 쪼개지고 갈라져

누군가의 장식장 안에, 손에,

목에 걸리는 것보다

 

가고 싶은 곳 굴러다니며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고

어린아이와 모래성 쌓으며

모래사장에 누군가의 추억을 쓰는

그런 돌멩이이고 싶다.

 

- 『열일곱 살의 우주』, 만인사, 2016.

 

  * 속이 꽉 찬 돌멩이 같은 시 한 편을 만났다. 다듬지 않은 원석이지만, 다듬은 보석보다 훨씬 값지고 쓸모 있는 돌멩이다. 이 돌멩이는 남의 말을 듣되, 세상을 의심하며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한다.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것도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닌데, 그걸 위해 “온몸이 쪼개지고 갈라”지는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지, 암만 사랑을 받고 부러움을 입어도 그게 스스로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림으로 글로 자신을 표현도 해보며, 다른 누군가에게도 의미 있는 일을 생각하는 야무지고 착한 열일곱, 돌멩이는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답지 않나.

  경덕여고 300명이 쓰고 전윤정쌤이 수고롭게 엮은 시집엔 열일곱 소녀들의 차돌 같고 막돌 같은 원석의 시가 빼곡하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슈렉/ 내 몸을 떠도는 쥐 한 마리”(박성윤, ‘슈렉’중)로 울고 웃기도 하고, “엄마랑 싸우고 사과도 하지 않고 학교 왔다./ 화도 나고 사과하면 괜히 어색해질까 봐/ 그냥 아무 말 안한 난 겁쟁이다.”(형민영, ‘겁쟁이’중)며 숱한 겁쟁이의 내면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사과는 사과다.// 멍들고 벌레 먹어도/ 사과는 사과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상처 입혀서는 안 된다.”(박은혜, ‘사과’전문)는 시를 읽으면 정말 사과에게 사과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함부로 해도 괜찮은 존재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돌멩이도 슈렉도 사과도 같이 구르고 뛰노는 수업이 참 좋다. 어쩜, 그게 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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