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톰소여와허크 2016. 10. 11. 10:56


이중섭,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이중섭(박재삼 엮음),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2013년 개정판.

    

 

- 1953년에서 1955년까지 중섭이 일본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보낸 편지와 함께, 중섭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중섭은 아내를 발가락군으로, 아내는 중섭을 아고리()로 애칭하는 가운데, 며칠을 참지 못하고 편지를 독촉하는 쪽은 중섭이다.

당신의 발가락에 몇 번이고 입 맞추는 대향(大鄕-중섭의 호)의 확실하고 생생한 기쁨은 당신 이외의 세상의 온갖 여신의 온갖 입술에, 온갖 아름다운 모든 꽃잎에, 입 맞추는 기쁨에 비교할 수도 없는 최대 최고의 기쁨이오, 대향은 다시없이 훌륭한 당신으로 해서 참된 애정을 더욱더 높게 깊게 확실하게 더욱더 생생하게 느끼고 있고, 귀여운 당신을 향한 열렬한 애정으로 나는 지금 가슴이 터질 것 같소. 제정신이 아니오. 하루 종일 생생한 감격으로 꽉 차 있소.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기 때문에 자꾸만 걷잡지 못할 작품 제작욕과 표현욕에 불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오.”

어렵게 가족이 있는 일본에 다녀온 중섭의 편지 내용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건너갔다가 일본에 더 오래 머무르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긴 하지만, 중섭의 열렬한 사랑과 그 사랑이 그림으로 옮겨온 것을 헤아리게 된다. 스스로도 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의 표현이오.”라며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자기 예술의 원천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 중섭이 자신의 아들인 태현과 태성에게 자전거를 사 주겠다고 몇 번이나 편지에 언급하고도 끝내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한 데서 가난한 예술가의 고단한 삶을 절절히 들여다본 느낌이다. 만약, 자전거가 두 아이에게 선물로 주어졌다면, 아버지의 역할을 조금 더 했더라면 유족과 관련된 위작 시비도 없거나 줄어들지 않았을까, 엉뚱한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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