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클림트

톰소여와허크 2016. 10. 15. 09:11



클림트,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 1902.


엘리자베스 히키(송은주), 『클림트』, 2006.


- 클림트의 ‘키스’에 나오은 여인이 에밀리인지, 아델레인지 의견이 갈리는 것을 두고, 소설가는 에밀리의 편에 손을 든다. 키스를 전시회에서 처음 접한 에밀리의 반응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는 얼굴을 돌려 표정을, 감정을 감추고 있다. 소녀에게 싫증이 나면 당장이라도 절벽으로 밀어버릴 것 같다. 소녀를 절망 속에 버려두고 떠날지도 모른다. 그러면 소녀는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을 안고 절벽 아래로 몸을 날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극한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로 보아, 소녀는 자신을 온통 둘러싼 어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에밀리는 클림트에 의해서 절벽으로 밀리는 일은 없었다. 그전에 뇌졸중으로 먼저 쓰러지고 에밀리를 제일 먼저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림트는 자신의 그림 모델과 깊은 관계를 맺은 걸로 의심받고 있다. 귀부인 아델레와 뒷날 오스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를 낳게 한 알마도 클림트의 모델이었다. 에밀리에게 반갑지 않은 존재들이지만 에밀리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그러면서도 클림트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 클림트의 존중을 받는다. 번역자는 후기에서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에밀리는 클림트를 사랑하지만 그림 속의 여자처럼 눈을 감은 채 남자에게 자신의 온 존재를 맡기려 하지 않는다. 에밀리가 클림트와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클림트라는 남자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독립성을 지켰기 때문일 것이다”

클림트 외에도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의 이야기도 삽화식으로 지나가는 데 이들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소설거리일 것이다.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1902)’을 보며 사랑에 빠진 클림트와 에밀리의 시선과 마음을 상상하며 책을 덮는다. (이동훈)